정애리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회장
- 뿌리 찾아온 해외입양인 보는 시선 차가워
- 각종 편의·정보 제공 위해 1999년 문 열어
- 국내 취·창업 돕고 ‘한국화’ 기회 제공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해외입양인이 모국에서 버려졌다는 아픔을 딛고 개인의 발전을 이루고, 모국에도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외입양인 사후관리기관인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이하 인카스)를 설립한 정애리 회장(51)은 이같이 해외입양사업 긍정론을 펼쳤다.
국내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해외입양인수는 16만명. 입양관련 기관에서는 이 보다 많은 20~22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카스는 20만명에 이르는 해외입양인에게 각종 편의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문을 열었다.
인카스를 찾은 해외입양인은 매년 1000명, 지금까지 1만2000여명에 달한다.
인카스는 해외입양인에게 친가족 찾기 서비스와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도심에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한국에서 숙박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04년부터는 정부와 대학의 지원 아래 6개 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해외입양인에게 장학금도 제공한다.
“입양인 사후관리의 핵심을 상실감 회복입니다. 특히 가족·문화·언어 3가지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 회장이 입양 사후관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88서울올림픽 이후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많은 해외입양인이 뿌리를 찾아 한국에 찾아왔다.
이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잘사는 나라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실패해서 모국을 찾아 왔다고 오해하거나 친부모를 왜 찾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정 회장은 이런 편견과 오해가 안타까웠다. 해외입양에 대한 많은 경험과 이해를 지닌 그였기 때문이다.
그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때부터 목포에서 고아원 ‘공생원’을 운영했다. 공생원에서 나고 자란 정 회장은 입양을 가는 아이들을 수없이 많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편견과 오해 때문에 모국을 찾은 해외입양인이 상처 받는 것은 이들을 다시 한번 버리는 행위지요. 이 때 신의 사명(calling)도 들었습니다. 해외입양인 사후관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죠.”
인카스의 설립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정 회장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모국에 뿌리 내리려는 해외입양인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해외입양인에 이중국적이 허용되면서 국내 거주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큰 장애가 된다.
많은 입양인이 국내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지만 언어나 문화 차이 등으로 영어학원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 취업이 어려운 이유로 정 회장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인카스는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해 올 초부터 해외입양인 대상 국내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턴십에 참가한 해외입양인은 총 45명이다. 아직은 참가 입양인이나 기업이 많지 않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 내부에서 해외입양인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를 정 회장은 기대하고 있다.
인카스는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입양인이 국내에서 창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지닌 입양인들에게 창업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외입양인이 국내에서 뿌리를 낼 수 있고, 수입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단독으로 시행이 어려운 만큼 정부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정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해외입양인이 우리나라의 귀한 자산임을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 15개국에 거주하는 해외입양인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자신한다.
“해외입양인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긍지를 가진다면 경제·외교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 나라에 있는 해외입양인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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