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입양가족 편지 번역
봉사활동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자식 사랑하는 부모 마음은 다 똑같나 봐요. 편지를 번역하다 보면 이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떨어져 지냈나 싶어요"
한국국제입양인봉사회(인카스.InKAS)를 통해 3년간 60여통의 입양가족 편지를 번역한 자원봉사자
남혜미(27.여)씨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편지 번역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남씨는 중국과 일본에 며칠씩 여행 다녀온 게 전부인 국내파이다.
유달리
영어공부를 좋아했던 그는 2009년 4월 외무고시에서 세 번째 고배를 마시고 돌파구를 찾던 중 "내가 잘하는 영어로 남을 도와보자"며 번역
봉사활동에 나섰다.
같은 해 8월 뇌종양 판정을 받고 대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봉사활동에 더 매진했고, 2010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에 입사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친부모와 형제자매가 입양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어로 번역하고,
반대로 입양인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는 한글로 옮겨준다. 이메일로 번역 의뢰를 받기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란다.
남씨는 "제일 처음 번역했던 편지는 미국에 사는 입양인이 어버이날 친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며 "입양인은
어렸을 적 어머니와 추억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살아계셔서 고맙다는 말을 적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번역한 편지내용을 보면
뭔가 특별하거나 슬픈 내용이 아니었다"며 "서른 넘은 딸의 결혼을 걱정하는 친어머니, 출산한 며느리의 안부를 묻는 시어머니, 한국 방문일정을
묻는 언니 등 모두 평범한 우리네 가족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국경을 초월하는 따뜻한 사랑이
녹아 있어 읽는 이의 마음도 절로 훈훈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만약에 나라면 나를 포기한 친부모를 원망할 텐데 편지로 만난
입양인들은 단 한 명도 그런 이가 없었다"며 "모두 친부모의 사정을 이해하고 진심 어린 사랑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남씨는 번역을
할 때 멀리 떨어져 그리워하는 가족의 마음을 최대한 정성껏 담고자 심사숙고해서 고치고 또 고친다고 한다.
그는 인카스의 편지번역에만
그치지 않고, 월드비전의 후원아동이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번역하는 재택번역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입양인이 친부모와 만날 때 통역을 하거나
해외입양인의 한글 도우미로도 봉사하고 있다.
남씨는 "외교관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앞으로 국제기구에서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다"며 "특히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편지번역 봉사는 평생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2.02.06
Log in to write a comment